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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두리

(퍼온글)-암환자의 마지막 나흘 – 혼자 가야하는거야

by 신나는 삶 2014. 6. 18.

 

암환자의 마지막 나흘 혼자 가야하는거야

퍼온 곳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17/2014061702993.html

 

예순한 살의 000씨는 K대학 병원에서 말기 대장암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 나이의 환자들이 흔히 그렇듯 그 역시 호스피스 입원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000씨는 암을 진단받고 치료하는 지난 2년 동안 죽음이라는 말을 한 번도 내비치지 않을 만큼 삶의 의지가 강했다. 그 누구도 이제는 말기라서 호스피스로 가야 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6개월은 남았다고 생각했던 그가 삼사일도 못 버틸 정도로 위독해졌다. 일이 이렇게 되자 배광한씨는 막무가내로 K대학 병원을 떠나 내가 근무하는 대구의료원 호스피스로 옮겨달라고 했다.
- 중 략 -

그는 우리의 예상대로 입원 그 다음날 벌써 임종실로 옮겨야만 했다.
의식이 없는 000씨 옆에서 그의 부인이 가슴을 조아리면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선 나는 임종실에서 혼자 가야 해라는 얇은 동화책을 읽었다.

어느 날 강아지 한 마리가 눈을 감아요.
깊은 숲 속 조그만 화분에 꽃봉오리가 피어나요.
누군가 임종실의 주인공이 되면 그 사람 인생의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검은 개는 손님 맞을 준비를 하지요.
작은 배를 만들고,피리를 손질하고,등불을 밝힙니다.
죽음은 단 한사람을 위해 쪽배를 만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아지는 친구와 뛰놀던 공원을 혼자 걸어가요.
오늘은 기차도 혼자 탔어요.
환자는 자신이 살아 온 인생을 떠올리며 걸어갑니다. 기차도 혼자 타고 가야 합니다.”

푸른 안개를 따라온 강아지가 검은 개를 만납니다.
어린 강아지,떠돌이 강아지,아픈 강아지,할아버지 개
모두 푸른 안개를 따라왔지요.
혼자서 따로 따로 죽음과 만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긴 인류역사와 비교해보면 1년 먼저 가는 것이나 30년 먼저 가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지요.”

검은 개가 피리를 붑니다.
아름다운 피리 소리에 꽃들이 활짝 피어나요.
맑고 향기로운 영혼들
강아지는 검은 개를 따라갑니다.
죽음이 피리를 불면 각자의 인생의 꽃이 향기를 뿜으며 활짝 피어납니다. 대통령으로 살았든지 노숙자로 살았든지 우리의 인생은 아름다운거지요.”

강가에 작은 배가 기다리고 있지요.
여기부터는 혼자 가야해.’
이제까지는 혼자 가는 길 함께였어요. 하지만 임종실에서는 그 누구도 혼자 가야 합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따라 갈수도 없고 데려 갈수 없어요. 여기서부터는 혼자가야 합니다.”

슬퍼하지 마.난 그냥 강을 건너는 거야.’
죽음은 말합니다. 슬퍼하지 마. 나는 그냥 강을 건너는 거야라고
남편의 얼굴을 보세요. 주름이 다 펴지셨고 고통이 없어 보이세요. 담담하게 혼자서 잘 가고 계시니까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마세요.“
- 중 략 -
임종실을 나오면서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언젠가 나도 임종실의 주인공이 되어 동화책의 그림처럼 작은 쪽배를 타고 가야 할 때 나는 과연 이 배에 무엇을 싣고 갈까?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17/2014061702993.html

 

 

누구나 혼자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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