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날
아침에 일어나니
산중턱 위쪽으로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가까이 보이는 산기슭은 남산의 끝자락
그 중간쯤에 호암(虎巖)-범바위-이 있어
내가 사는 이 동네는 호암동이다.
길따라 멀리 보이는 동네는 직동
저멀리 눈쌓인 봉우리
만삭인 배불뚝 누워있는 여체
좌청룡 우백호
명당이로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멀리 보이는
저 명당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차 한잔이 멋진 아침이다.
한식이 지난 봄에
눈이 저렇게 내리면
한창 불그레 피었을 저 숲속 몰래 핀 진달래꽃
고개 숙였겠다.
거실엔
아라우카리아
몇년 사이 배는 키가 컸다.
여기저기
남천
그 나무잎이 늘 단풍이어
예쁘다는 느낌
저 커텐들은 정성들여 뜨게질한 아내의 솜씨
열대 식물이 여름인 줄 알고
그 아래 100여 종의 다육식물들은 저마다 뽐을 낸다.
침실 밖 베란다엔
눈을 뜨면 수십가지 꽃과 식물들이
싱그럽다.
저 제라늄은
일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꽃을 피워
나를 즐겁게 한다.
저 밀림 사이
사자도 원숭이도 나올 법 하고
님에게 소식올까 편지함도 한자리 했다.
이름모를 꽃들이
언젠가 꽃 피우려 준비 중이고
가짜 꽃도 진짜처럼 매달렸다.
메뚜기는 외국에서 와
살아있는 듯 매달려 있고
저마다 특징있고 제철 있어
엄청나게 꽃피우리라.
영산홍은 하마 꽃잎 떨어져
벌써 봄이 와 있었음을 알겠고
공중에 매달려 물없이도 잘도 버틴 이름모를 저 놈은
인내심도 강하고
버티다 버티다
여러 개의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어
그 생명력, 그 신비함에 놀랄 뿐~
뒷 베란다에서 보이는
충주 시내에
이제 어둠이 내리려 한다.
이렇게 또 4월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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