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성 5회 제자들 - 반가웠네
몇 명은 만난 적이 있어 금방 알아보았지만
37년만에 본 그 아이들은 지천명의 나이가 되어
어른이 되어
의젓하게 나타났다.
모두들 각자 자기집에서 이제 가부장이 되어
절 받아야할 나이에
선생님에게 큰절을 한단다.
그래!
자네들이 이제 제자인 것이 확실하다.
인증샷도 찰칵!
왠지 무척이나 절을 받고 싶어했나보다. 내가
그래야 제자가 된 것 같은 마음?
오늘 나타나지 않은 아이
아마도
절하기가 싫었을까?
언젠가 꼭 절을 받아내어 내 제자임을 확인해야겠다.
겨우 띠동갑의 나이 차
형님 같은 선생님이라는 넘 있더라만
낯설었던 어른들은 차츰 낯이 익으면서 아이가 되어가
옛날 모습으로 기억이 되살아나
역시 자네들은 내게 아이일 뿐
왜 나를 그리 미워하고 때렸느냐는 병주는
40년 묵은 체증이 나았을 터이지만
그래, 이제 나를 용서하게나
철없는 젊은 나이의 선생님이기에 그리했다네
어린 나이 받은 마음의 상처 그리 오래 가기에
교직이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
이리 오랜만에 만나
화해도 하고
좋은 일 서운한 일 웃어가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직업이기도 하다네
더러는 37년 전의 기억이 사라져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기억이 다시 살아나
살던 동네도 생각나고
하던 짓들도 어렴풋하니
이렇게 좋은 날이 또 있겠나?
참 반가웠다네
늘 그대들이 보고 싶었다네
점잖은 화영인 모임을 주선하고 친구들 다독이는 것이
나보다 더 어른스럽고
인관이, 윤재는 나보다 저만큼 크고 의젓하다.
풍년인 착한 모습 그대로 풍년이고
순근이는 옛모습 그대로라 한눈에 알아보겠더라
신대균, 흥순이, 병삼이, 병수, 재호는 두어시간 흐른 후에야 얼굴 모습 기억나고
현삼이는 3학년때 전학왔다하니
오늘이 초면일진데 더 다정다감 다가오니
그래 너도 제자하렴
임오선은 명례로 이름 바꾸었다 하고
미경인 살갑게 다가오니 한참 뒤에 기억이 나고
연희는 내 옆자리릴 빼앗길세라 차지하더라
준선이는 예쁘게 진짜 같은 꽃바구니 손수 만들어 들고 왔고
석란이는 십 수년전 만났었다고 낯설지 않으니,
그 또한 내 옆자리 꽁꽁 묶어놓았다.
정애는 아이 닮은 얼굴로
내 얼마나 이뻐했거늘 가까이 오려하지 않아 붙들어 앉혔다.
기숙이는 온다는 전화 받고 기다리지 못하고 와버렸으니 서운했겠다.
일하다 오는 중이라고 전화한 설경택인
동병상련이라 할말이 많았을텐데.....
하마 누구는 손주가 일곱살이라하고
누구는 아들이 중3이라 한다.
8년전 병원에 찾아와
그 엄청난 수술자국 듬성듬성 꿰맨 흉한 모습까지 보고간 아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아도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나 이제 이렇게 살아나
자네들을 보는 게 꿈같은 사실이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금새 4시간이 흐르고
더 할 이야기는 많겠지만
그들끼리도 처음 만나는 친구들 많으니
자리를 피해주어야 잘 하는 일일지라........
이렇게 오래도록 그리워하고 만나서 반가운 자네들이 있어
참 행복하고
나를 생각해주는 이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게
그져 고마울 뿐이로세.
고마우이, 고마우이.
우리 또 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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