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흥에서의 송별사
송별사
본교에 부임한지 꼭 2년 반
그동안 즐거웠던 일, 감동했던 일들
많은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아쉽지만 갈 시간이 되었기에
작별의 인사 올립니다.
전교생 16명인 학교에 첫 부임하며 느꼈던 소감
오돌오돌 떨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며 분개했던 일을 되짚어 보면서
좌충우돌하면서 골프연습장을 지어 골프 배워가는 어린이들을 흐믓하게 바라다보며
이 다음에 ‘세계를 경영하라.’ 눈짓을 하였고
포로수용소 같던 교실을 하나하나 리모델링하여
따스한 아랫목에 내 손자놈 앉혀 놓아가는 재미가 있었고
구석구석 열 트럭분도 넘게 낡은 기자재를 버리고 교단선진화를 이루어가면서
이제 학생수도 배로 증가하여
귀신은 다 몰아냈다고 손을 툴툴 털면서 보람있어 했지요.
승마장을 내 손으로 만들어
말 안장에 높이 앉아 저 멀리 만주벌판을 호령할 듯한 어린이를 보았고
너른 수면 위 조정 위에서 노를 젓는 아이들이 자라
태평양을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그윽하게 바라보았지요.
뚝방을 자전거로 내달리는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보았고
학교에 오면 교장실에서 차분히 책을 읽는 저 놈들이
정녕 대단한 놈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이놈들, 예쁜 마음도 예술도 참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어린이들과 하모니카를 불며
아침을 열었었더랬습니다.
“사랑합니다”
저 맑은 미소와 열 번도 더 하는 인사엔 사랑이 넘칠 것이고
사시사철 꽃, 주렁주렁 조롱박을 보며 아름다운 심성이었으면 하는 바람.
밥 먹을 적마다
‘젓가락질 잘 하라고, 밥 튄다고 조용히 하라’고
하는 잔소리는 싹아지 있는 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족대들고 선생님과 잡은 고기는 반드시 선생님에게 가져온다나?
감자, 고구마, 토마토 심어 들마루에서 나누어 먹는 재미
똘방똘방하여 밝게 웃으며 다가오는 어린이 눈망울을 보며
하루하루 참으로 행복함을 느꼈었지요.
6년을 복식학급에서 어렵게 공부하였음에도
충북에서 최고의 학업성적을 이룸은
어쩌면 기적같은 일이었고
귀족이 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되었음에
이제 우리 가흥초 어린이들이 자라서
우리나라를 책임질 인재들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물길따라 꽃길따라 탄금대 지나 보조댐 바라보며
소풍오듯 출근하던 길 뒤로 하고
이제 다른 학교로 가고자 합니다.
다 하지 못한 일이 있는 듯도 하지만 여운으로 두고
멀지 않은 목행에서
늘 이쪽을 바라다 보지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운과 행복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정말 행복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
2010년 8월 31일
가흥초등학교장 0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