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열 번째 내 생일이다.
아, 그후 10년!
오늘은 열 번째 내 생일이다.
10년전 오늘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천정에 달린 전등불이 마구 스쳐지나가는 긴 복도를 따라
수술실에 다달았다.
17시간의 수술 후
밝은 불이 비추는 긴 터널 끝에 다다르려는 순간
사흘만에 의식이 돌아왔을 때
거기가 저승 문이 아니었을까?
목숨을 건 아들의 희생과 아내의 간절한 기도와 가족 사랑으로
이승에 돌아온지 오늘이 꼭 10년!
형님은
부모님의 재산을 대부분 차지했다지만 거금 5천만원의 수술비
쉽지 않은 결단에 감사감사합니다.
나는 타인에게 늘 우리 형님이 날 살렸노라지만
수영이, 준영이, 제수의 흉내내기 어려운 지극한 가족애를 앞세우는
형님의 칭송에~~~
울고불고 달려와 살기를 기원하는 친구들
애뜻한 사랑의 눈물로 기도하는 제자들이 있었기에
살아돌아올 의지가 생겼더랬는데
그 후 10년이 되도록 나타나지 않는 그 아이들이 정말 보고싶다.
자식놈들 대학까지는 책임져야할 것 같은 사명감은
학교 현관 세 개의 계단을 힘겹게힘겹게 오르면서도 출근하는 오기로
암을 이기고 굳건히 건강을 되찾아
남보다 열정적인 9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30년 후의 노후를 설계하면서 1년을 씩씩하게 지나온
새로 태어나 10주년을 맞는 오늘
나는 그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미 10년전 이 몸은 죽어가서 지금은 백골이 되어 있을 것이었으나
8년여의 교장 역할을 훌륭히 마치고 황조근정훈장을 목에 걸었고
그 누가 감히 흉내내기 어려울 골프 실력은
스크린은 언더파, 필드는 이븐파 기록을 세울 정도의 실력으로 프로골프협회의 티칭프로 자격을 획득할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오늘은 스크린 이글2개,버디3개, 68타(4언더파)에 기록을 세웠다.
이제 30년을 더 살면 어찌할건가?
오전에는 서예교실
오후에는 골프, 저녁에는 문인화(사군자)를 그리며
그렇게그렇게 늙어가고 싶다.
아들아, 정말 고맙다!
살신성인의 네 희생이 아버지를 살렸으니
아들아, 너는 더욱더 건강해야 하느니라. 조금이라도 네 건강이 나빠지면
무슨 면목으로 너를 보겠느냐?
네 배의 커다란 사람인자 흉터를 볼적마다 울컥하여 차마 바라보지 못하는 이 못난 아비의 마음도 헤아려 주려무나.
“아버지, 이 흉터는 벤츠 표식이니 자랑스럽습니다.”
웃으라는 소리겠지만 고맙고 고맙구나.
그 아들, 총각놈이 재료를 사다가 스파게티를 맛나게 만들어 주며,
아버지, 10주년의 그 감회가 어떠시냐?는 물음에 얼른 답하지 못하였다만
그져 세상이 아름답고 보이고
그져 모든 이에 감사하며
이 살기좋은 대한민국에서 조용히 그리고 신나게 늙어갈 것이로세.
아들과 아내와 가족, 그리고 친구.
존재할 것 같은 하늘님에게 감사하는 날
열 번째 내 생일을 축하한다.